[북아메리카여행] 메트로 타고 떠난 헐리우드, 롱비치

 

5달러가 안겨준 무한 자유를 찾아
메트로 타고 떠난 헐리우드, 롱비치

17살이 되던 해 캐나다로 유학을 떠나면서 혼자 떠나는 첫 여행이 시작되었고 당시에는 버스와 기차를 타며 이곳저곳을 다녔다. 그리고 어느덧 편안한 것을 더 챙기는 30대가 되면서 자동차와 더 가까워졌지만 문득 어릴 적 순수했던 여행과 그 순간의 여유가 간절해 지는 때가 있다. 기차타고 여행을 떠나던 그때가 몹시 그립던 어느 날, 미국 서부 메트로 레일을 타고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고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예전 추억의 장소였던 그 곳들은 이제 어떻게 변해 있을까?
글 사진
유선미(라스베이거스·미서부 통신원)

 

메트로 레드라인
헐리우드 / 웨스턴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 내려 셔틀버스 G를 타고 종점인 메트로 그린라인 Aviation/LAX 역으로 갔다. 이번 메트로 레일 여행의 목적지는 헐리우드와 롱비치 일대. 역에서 5달러짜리 ‘all day pass’를 샀다. 이 승차권 하나면 하루 종일 몇 번이고 메트로를 이용할 수 있다. 따로 표를 검사하는 곳이 없이 그냥 플랫폼에서 메트로를 타면 되는 시스템도 한국과 다르다.

 

레드라인을 타고 내린 곳은 헐리우드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헐리우드 Hollywood /웨스턴Western’역. 이름에서부터 벌써 이 역을 나서면 많은 스타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들게 하는 곳이다. 그런데 플랫폼에 내려 역을 둘러보니 독특한 테마로 단장되어 있어 발길이 쉬 떨어지지 않았다. 60, 70년대 복고풍을 떠올리게 하는 흰색과 파란색, 그리고 붉은색의 타일들이 알록달록 어우러진 인테리어때문 이었다. 이곳 LA의 메트로의 특징은 각 역마다 개성 있는 콘셉트로 인테리어를 했는가 하면 여러 곳에 작은 아트 갤러리를 두었다는 점이다. 1989 년에 설립된 ‘Metro's Art Department’는 LA시 당국이 약 250명의 아티스트들을 모아 버스정류장, 역, 번화가, 버스 내부, 공사장 외벽 등에 예술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작업을 하도록 했다. 그 결과 승객들이 곳곳에서 작은 예술 공간을 만날 수 있게 해 주었고, 특히 메트로 역의 상당수는 지역의 명소가 되기도 했다. 헐리우드/웨스턴 역은 벽을 기차 모형을 테마로 꾸미고 초기 메트로 공사를 하던 당시의 빛바랜 사진을 전시하는 등으로 이 임무를 완수했다.


이곳 헐리우드/웨스턴 역 근처에 ‘리틀 아르메니아타운’이 있는데, 그보다 더 유명한 곳이 ‘타이타운’이다. 마침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을 때여서 고픈 배를 즐겁게 채워주기에 타이타운 만한 곳이 없다 싶어 ‘지상’으로 올라왔다. 올 데이 패스의 장점인 ‘하룻동안의 무한 자유’가 생생히 느껴지는 순간이다. 타이타운에는 ‘팜스’라는 타이음식점이 있는데 저녁이면 ‘이미테이션’ 엘비스 프레슬리가 나와서 무료 공연을 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누가 봐도 작고 마른 체구의 전형적인 타이 사람과 외모도 엘비스와 비슷한 서양인이 번갈아 출연하는데 공연만큼은 ‘원조’ 못지않다. 그 인기 덕분에 저녁을 먹으려면 최소한 30분에서 1시간을 기다려야하는데 가격도 싼 편이어서 매일 밤 많은 이들이 몰려드는 레스토랑이다. 전형적인 타이음식의 맛을 선보인다는 점도 인기 비결이고 레스토랑 주변에 작은 불교 사찰들이 있어 타이타운의 분위기를 한껏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다시 메트로에 올랐다.



메트로 레드라인
헐리우드 / 하이랜드

메트로 레드라인의 역들은 저마다 다양한 볼거리를 뽐내고 있지만 가장 매력적인 곳은 역시 전형적인 헐리우드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곳으로 가는 관문인 헐리우드/하이랜드역이다. 역에서 내려 2분 정도 걸어가면 아카데미 시상식장으로 유명한 코닥 극장이 보이고 차이니즈 극장도 가깝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렇게 헐리우드까지 오다니 신이 절로 났다. 아마 차를 타고 왔더라면 주차도 골치 아픈 숙제거니와 그 비용 역시 무시할 수 없을 터였는데 말이다. 메트로 레일 여행을 결심하기 잘했다며 연신 만족해하며 거리를 거닐었다. 스타들의 거리라 불리는 ‘워크 오브 페임Walk of Fame’을 거닐며 유명 배우나 가수의 이름을 찾아내는 시간도 이곳 헐리우드가 아니면 느끼지 못할 즐거움을 안겨 주었다.


짬을 내 ‘헐리우드/ 하이랜드  쇼핑센터’로 가서 윈도우 쇼핑을 했다. 5층짜리 이 쇼핑센터는 세계 유명 패션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고 고급 레스토랑들도 많아 눈이 한껏 즐거워지는 곳이다. 다음에 헐리우드를 찾게 되면 그때는 ‘헐리우드/바인’역에 내려 걸어와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버스 한 정거장 거리라 부담스럽지도 않고 많은 상점과 사람들, 그리고 볼거리를 구경할 수 있어 오늘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메트로 블루라인
다운타운 롱비치

다음날 아침, 숙소에서 식사를 마치고 ‘7번가/메트로센터’역에서 다시 ‘all day pass’를 사서 롱비치로 향했다. 레드라인, 퍼플라인, 블루라인, 그린라인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7번가/메트로센터’역 역시 아트 갤러리를 조성해 놓아 삭막함을 덜어 주었다. 롱비치 방면 블루라인은 레드라인과 달리 지상으로 달리기 때문에 바깥풍경을 구경하면서 간다는 점이 특징이다. 블루라인도 레드라인처럼 역마다 그 지역의 테마를 잘 살려 놓았다. 그래서 시간이 허락한다면 역마다 내려 플랫폼을 오가며 역사驛舍를 감상하거나 사진을 찍어도 좋을 것이다.

 

메트로를 타고 25분쯤 달렸을 때 다운타운 롱비치에 접어들었다. 롱비치에는 ‘PCH(Pacific Coast  Highway)’역이 있는데 이 역이 자리한 동네는 유명한 가수이자 랩퍼 퍼프데디가 자란 곳이기도 하고 영화배우 캐머런 디아즈가 학창시절을 보낸 고등학교가 있기도 해 여행자들의 동네 방문이 심심찮다. 그렇게 인상적인 역들을 두루 지나 종점인 ‘롱비치 트렌싯몰Long beach Transit Mall’역에 내려 상쾌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롱비치의 상징인 바닷가로 향했다. 롱비치 트렌싯몰역은 종점이어서 메트로가 5분 정도 정차하는데 그 뒤 곧장 LA로 되돌아간다. 서울의 2호선 같은 순환선인 셈이다.

 

5년 전만 해도 해변 근처의 시설로는 고층 아파트 몇 채와 콘도 등이 전부였는데 그 뒤 개발되어 패밀리 레스토랑과 극장이 있는 복합 쇼핑몰 등이 들어서면서 더 많은 이들이 찾게 되었다. 미국의 여느 해변들에서처럼  해양 레포츠를 즐기고 여름이면 가족들과 함께 일광욕도 즐기거나 평온한 일상을 이곳 롱비치에서도 만나게 될 것이다.

해변에 자리한 명소로 ‘롱비치 퍼시픽 아쿠아리움’이 있다. 여느 아쿠아리움과는 달리 살아있는 해양 생물들을 손으로 만질 수 있고 새들에게 먹이도 주도록 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 롱비치 주민들은 입장료를 할인받을 수 있고 여행자라도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할인혜택을 미리 알고 가면 도움이 된다.

걸음을 해변으로 옮겼다. 작은 상점들이 해변과 나란히 늘어서 있었고 마침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북적였다. 어느 상점을 들어가니 영국 왕실의 여인들만 쓰는 고품격 모자부터 생일 케이크처럼 촛불을 밝힌 모자, 골프공과 홀 잔디를 얹은 모자를 비롯 귀여운 프로펠러가 달린 모자 등 독특하고 재미있는 모자들로 가득했다. 모두 손으로 직접 만든 것들이란다.

해변 저편 요트 선착장에는 많은 요트들이 항해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따뜻한 롱비치의 햇살이 요트에 내려앉아 무척 평화롭고 여유로운 항구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었다. 요트위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 역시 여유만만 그 자체이다.


롱비치의 명물 하나를 더 들라면 주저 없이 ‘퀸메리’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3월에서 1946년 9월까지 약 76만 5,429명의 군인들을 태우고 총 916,407km를  항해 했던 백전노장. 노병이 1967년 12월에 은퇴해 이곳 롱비치에서 호텔로 변신,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평소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지만 이곳이 가장 붐빌 때는 할로윈 시즌 때이다. 3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 와 할로윈을 즐기다 간다고. 그 웅장한 모습도 가까이서 볼 겸 이곳에서 피자를 먹은 뒤 롱비치를 떠났다. 이제 다시 7번가/메트로 센터역으로 돌아와 레드라인으로 갈아탔다. 전통 멕시코 분위기가 물씬 나는 유니온 역 주변 동네로 가기 위해서이다. 혼자서 떠난 여행이니 만큼 설레었지만 한편으로는 고독했을 법도 한데 메트로를 오르내리며 이름난 곳들을 일일이 챙겨 보느라 외로울 틈이 없었다. 그리고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일상의 공간들을 진심으로 더듬고 거닐다 보면 익숙한 듯 했으나 몰랐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여행은 늘 그런 것 같다. 굳이 뭔가를 얻겠다고 나설 때보다 오히려 큰 계획 없이도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곳으로 떠났을 때 의외의 순간들이 기다리는 것이다.

 

메트로 이용하기

미국의 메트로 역에는 티켓창구가 없다. 티켓을 끊어주거나 티켓을 확인하는 직원도 없다. 그 대신 티켓 자동판매기를 사용해야 하고 미리 잔돈을 준비하는 것이 편하지만 요즘은 거스름돈 걱정을 따로 안해도 좋을 만큼 자동판매기의 성능이 좋아졌다.

하루 종일 메트로를 이용할 수 있는 5달러짜리 ‘all day pass’로 메트로를 포함해 메트로 버스Metro Rapid도 노선 횟수에 상관없이 하루 종일 탈 수 있다(이 패스로 탈 수 있는 버스인지 확인하려면 버스 외부에 대문자로 ‘M’ 또는 ‘Metro’라고 써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그 밖에 일주일 패스가 17달러, 1개월 패스가 62달러에 판매된다. 메트로 기본요금은 1달러25센트.

가끔 경찰이 무임승차자를 가리기 위해 전철을 오가는데 만약 티켓을 잃어버렸다면 벌금을 내지 않아도 새로 티켓을 끊어 오면 계속 이용할 수 있다.

 

메트로는 컬러로 말한다! 미서부 여행의 지름길 메트로의 컬러

총 5개 노선을 운행하는 메트로를 타면서 원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각 노선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하는데 메트로의 각 노선 이름을 컬러를 따서 지어졌다.

Red Line  Union 역에서 North Hollywood 구간을 운행하며 14개역을 지난다. Union역에서 블루라인, 골드라인, 퍼플라인 등으로 갈아탈 수 있다.
Purple Line  Union 역에서 윌셔/웨스턴Wilshire/Western 구간을 운행하며 8개역으로 이루어진 짧은 노선이지만 유동인구가 제일 많은 곳을 오가며 출퇴근을 책임지는 중요한 노선이다. 퍼플라인을 이용하면 코리아타운으로 간다. 
Blue Line  7번가 /메트로 센터역에서 롱비치까지 운항하는 22개의 역으로 짜여진 노선. 메트로 노선 가운데 가장 길다.
Green Line  그린라인은 레돈도비치Redondo Beach역에서 LAX 공항역을 지나 놀워크Norwalk까지 운행되며 14개역으로 이루어져있다.
Gold Line  Union 역에서 차이나타운China town을 지나 시에라 마드레 빌라 역까지 운행한다.

 


글.사진 / 월간 '비틀맵트래블' 제공